66th Exhibition

방석호, 조선 가구의 초상

Nov 22-Dec 21


조선가구는 이(理)와 기(氣)가 격조를 이룬 사물이자 대상체이다. 조선목수의 몸과 연장은 보이지 않는 이치와 감각의 기운에 기대어 기능을 조율하고 형태를 조각한다. 조선가구의 수직과 수평은 ‘직선’의 교집합 운동으로 일체의 군더더기를 걷어내어 기물 본연의 자태에 충실함으로써 스스로 드러나기보다는 조용히 다가오게 하는 사물이 이치를 구현한다. 조선가구의 기본 형식인 미니멀리즘은 지나침을 억제하는 기능주의가 아니라, 탐심과 생각의 불필요를 솎아내는 조선 성리학의 정신을 표방한다. 사물을 통해 시대의 사유와 행동 양식을 정의하고자 하는 조선 선비들의 묵언이, 가구의 면과 모서리에 숨어 있다. 그런 이유로 조선가구는 두터운 서사를 두르고 있으며, 감춤과 드러남, 사물의 이력, 실체적 형태 등이 잘 숙성되어 있다.

소목장 방석호의 조선가구는 쓸모를 넘어 기물의 상태를 살핀 후 시대의 정신을 알아채고자 하는 의지가 배어 있다. 방법론으로는 필요의 필요를 도모하고, 실천적으로는 조선 선비의 정신을 매만지는 혼신의 노력이 뒤따랐다. 그가 만든 조선가구의 질과 형태가 꾀죄하거나 추레하지 않고, 술명하게 보이기 위해 고전을 들추고 익혀 자신의 몸과 마음에 이식한다.

전시 <조선가구의 초상>은 방석호가 매일의 정진을 통해 움튼 서사를 가구에 입혀 마무리한 조선가구의 얼굴이다. 물질에 다가간 정신, 보이는 것에 숨어든 시대의 철학, 영속되어야 할 사물의 순도가 조선가구의 얼굴에 농축되어 있다. 다듬어진 세월의 이치, 무던한 돌의 기운, 담백한 먹의 미끄러짐, 한 시대와의 연대감, 감춤과 드러냄, 필요에 필요만을 더한 기능,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생각의 여백까지, 방석호의 조선가구는 여러 모습의 초상화를 그렸다.

글 육상수 (공예 칼럼니스트 겸 기획자) 


 

장소

윤현상재 Space B-E 갤러리 4F (강남구 학동로26길 14)

참여작가
방석호

기획
육상수
 
주최/ 후원
윤현상재 Space B-E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진흥원

사진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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