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th Exhibition

Traditional Wit

Feb 14-Mar 15


전통의 장소나 경험을 지금 시대의 사물에 투영하는 관점에서 시작된 이번 전시는 당시 과거의 한 축으로부터 기억과 감정이 축적되어 발현된 사물로 구성되었다. 전통이라는 무게를 유연한 조형 언어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전통의 유쾌한 해체와 재구성을 목격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형태의 변주가 아닌 존 버거가 말한 것처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변화다. ”모든 이미지는 보는 방식을 담고있다 - Every image embodies a way of seeing” 전통은 더 이상 고정된 과거가 아닌, 현재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살아있는 매체로 우리 앞에 선다.

단청의 색을 겹겹이 쌓아가는 조화, 목가구의 촘촘한 짜임새, 소반에 담긴 실용의 미학. 평면에서 일으켜진 구름 같은 산수를 지나 현대와 과거의 일상이 겹쳐지는 조선의 가구를 문 켠에서 비껴보다 보면 장난스런 얼굴을 한 도깨비와 꼭두가 길 안내를 맡는다. 해체된 한옥의 창들을 지나치면 비우고 덜어진 상태로 묵언에 대해 발언하는 사물들을 보게 된다. 장면과 장면 사이로 공간을 가르는 수직 기둥은 기표가 되어 여백을 만들고, 여백은 다시 새로운 이야기의 탄생을 예견한다.

‘Traditional Wit’는 우리 정서 깊숙이 자리한 전통이라는 공감을 다시 현대의 재치로 풀어보고자, 오래되었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전통은 정말 과거만의 것인가? 작가들은 선조들로부터 계승된 창의적 기지와 해학을 자신만의 미학적 언어로 재해석하며 진지하게, 때로는 장난스럽게, 하지만 언제나 경의를 담아 전통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가지런한 전통의 두께에 살폿 놓인 위트의 발견은 이번 전시에서 만나게 될 반전과 유희의 순간들일 것이다. 장인 정신과 현대적 감성이 교차하는 이 자리에서, 전통이 얼마나 현대적이고 유연할 수 있는지 발견하기를 바란다. 


 

 


장소

윤현갤러리 4F (강남구 학동로26길 14)

참여작가
김범용, 김아라, 김주일, 김현지, 박강용, 서정화, 스탠다드에이, 신성현, 양혜정, 용형준, 이종구, 이지호, 정소윤, 정영균, 제너럴그레이, 하은정

기획
윤현상재 Space B-E

사진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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