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시간을 다시 기억할 수 있는 또 다른 시간’으로 거듭나게 해준다. 지나고 나면 사라지는 순간을 기록하는 행위가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때그때 떠오르는 영감을 기록해 둔 드로잉북은 작가들에게는 영감의 씨앗이 되고 행복했던 순간을 모아둔 사진첩은 추억과 위로의 저장고가 되고는 한다. 별다를 거 없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도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꿈틀거렸는지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일기장을 뒤적여 내 속내를 발견한다. 이렇게 매일매일 쌓아 올린 시간의 레이어가 값진 이유는 단 하루의 기록이 아닌 반복의 꾸준함이 쉽지 않음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 매일의 습관이 작품의 초석이 되었고 한 개인의 역사를 만들어 주며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온라인 세상 속 우리 기억의 저장고는 모바일 폰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디바이스로 대이동을 하였다. 요즘 나의 기록은 사진을 찍는 것으로 모든 것을 대신하는 것 같다. 기록의 도구는 작가의 아이덴티티의 반영이자 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며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기도 한다. 빠르기도 편리하기도 하지만 무엇인가 허전함이 밀려오는 감정은 나만의 아쉬움은 아니지 않을까?
이번 전시는 참여 작가들의 시간이 소복이 쌓인 기록의 흔적을 한 자리에 담았다. 작품을 넘어 작가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통해 내 삶의 기록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라며……구르륵 굴러가는 연필깎이에 연필을 깎아, 종이 위 사각사각 써 내려가는 메모의 시작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시간 위에 우리 손이 기록한 이야기들’ Narrative on Medium
Creators
강동주, 강성찬, 김대성, 김연임, 기대훈, 크리스 로
박경윤, 유태근, 신영희, 이승희, 이예지, 이은희
이혜림, 조소희, 최경덕, 한상묵, 함은혜
Brands
Datz Press, place1-3, SASAMAC, BLACKWING, TROLLS PAPER